[영남시론] 새 정부의 인사원칙
2022-06-08
새 정부가 들어서고 주요 정무직에 대한 인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지금 검찰, 모피아 출신 편중 인사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대통령실에는 인사기획관을 비롯해 다수의 검찰 출신이 포진해 있고 내각에 국가보훈처장, 법제처장, 금융감독원장도 검찰 출신이다. '모피아'란 재무부로부터 기획재정부로 이어지는 관료를 칭하는 것으로 재무부의 영어 약자인 MOF(Ministry of Finance)와 범죄 조직을 뜻하는 '마피아'의 합성어이다. 모피아는 국무총리에 이어 경제부처는 물론 국무조정실장, 보건복지부 차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까지 차지했다.
원래 정권이 교체되어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대통령 선거를 도운 사람을 포함해 정치이념을 같이 하는 사람을 공직에 임명하는 엽관주의(獵官主義) 인사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다만, 엽관주의가 행정의 부패, 비능률이 심화되는 폐해를 시정하고자 능력과 자격 위주로 공직을 임용하는 실적주의가 도입됐다. 결론적으로 현대 민주국가에서는 정무직 등 고위직은 엽관주의, 그 외 일반 행정직은 실적주의 임용이 두드러지고 있다.
다만, 이번 정부는 전체적으로 능력이 있는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능력주의를 가장 중요한 인사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능력주의는 실적주의와 유사한 인사원칙으로 보이나 결과적으로는 특정 명문대, 특정 지역, 검찰, 모피아라는 특정 집단 출신이 주류를 차지하게 되어 능력주의라고만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사법시험과 행정고시를 패스한 검찰이나 모피아가 능력이 있는 것은 자명하지만 이들이 능력을 독점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행정학에서는 행정이 특정한 계층과 집단에 의해서 독점되어 특정 집단 중심의 이익과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대표관료제(representative bureaucracy) 도입이 필요하다는 이론이 있다. 대표관료제란 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집단으로부터 인구비례에 따라 관료를 충원함으로써, 정부관료제가 그 사회의 모든 계층과 집단에 공평하게 대응하도록 하는 인사제도를 말한다. 대표관료제는 그동안 사회적 영역에서 비교적 소외되어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본격적으로 제시하면서 등장하게 됐다.
일견 실적주의에 반하는 대표관료제가 필요하게 된 이유는 관료는 출신 집단의 가치와 이익을 위해서 정책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관료들이 민주적 책임성을 가지고 국민의 봉사자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구성 자체에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검찰과 모피아 출신이 우리 사회에서 우수한 능력을 지닌 엘리트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공과는 있지만, 검찰은 사회 비리를 척결하고 법치주의를 확립함으로써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역할을 해왔고, 모피아는 한국의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기술 혁신에 따라 경제·사회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디지털 대전환이 사회 곳곳에 엄청난 소용돌이를 치고 있는 지금 특정 집단 출신 중심의 정부 관료보다는 다양한 전문가가 유기적으로 머리를 맞대어 해결책을 고민하는 조직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봐야 한다.
사실 어떤 정부든 대통령의 인사원칙은 신뢰와 능력이다. 즉, 대통령은 자기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면서 능력 있는 사람을 중용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신뢰나 인연을 과도하게 강조하다 보면 정말 필요한 능력 있는 인재를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부관료제 전체적으로도 국민적 이익을 대변하는 민주적 책임성을 구현하기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영남시론] 새 정부의 인사원칙
2022-06-08
새 정부가 들어서고 주요 정무직에 대한 인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지금 검찰, 모피아 출신 편중 인사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대통령실에는 인사기획관을 비롯해 다수의 검찰 출신이 포진해 있고 내각에 국가보훈처장, 법제처장, 금융감독원장도 검찰 출신이다. '모피아'란 재무부로부터 기획재정부로 이어지는 관료를 칭하는 것으로 재무부의 영어 약자인 MOF(Ministry of Finance)와 범죄 조직을 뜻하는 '마피아'의 합성어이다. 모피아는 국무총리에 이어 경제부처는 물론 국무조정실장, 보건복지부 차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까지 차지했다.
원래 정권이 교체되어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대통령 선거를 도운 사람을 포함해 정치이념을 같이 하는 사람을 공직에 임명하는 엽관주의(獵官主義) 인사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다만, 엽관주의가 행정의 부패, 비능률이 심화되는 폐해를 시정하고자 능력과 자격 위주로 공직을 임용하는 실적주의가 도입됐다. 결론적으로 현대 민주국가에서는 정무직 등 고위직은 엽관주의, 그 외 일반 행정직은 실적주의 임용이 두드러지고 있다.
다만, 이번 정부는 전체적으로 능력이 있는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능력주의를 가장 중요한 인사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능력주의는 실적주의와 유사한 인사원칙으로 보이나 결과적으로는 특정 명문대, 특정 지역, 검찰, 모피아라는 특정 집단 출신이 주류를 차지하게 되어 능력주의라고만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사법시험과 행정고시를 패스한 검찰이나 모피아가 능력이 있는 것은 자명하지만 이들이 능력을 독점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행정학에서는 행정이 특정한 계층과 집단에 의해서 독점되어 특정 집단 중심의 이익과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대표관료제(representative bureaucracy) 도입이 필요하다는 이론이 있다. 대표관료제란 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집단으로부터 인구비례에 따라 관료를 충원함으로써, 정부관료제가 그 사회의 모든 계층과 집단에 공평하게 대응하도록 하는 인사제도를 말한다. 대표관료제는 그동안 사회적 영역에서 비교적 소외되어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본격적으로 제시하면서 등장하게 됐다.
일견 실적주의에 반하는 대표관료제가 필요하게 된 이유는 관료는 출신 집단의 가치와 이익을 위해서 정책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관료들이 민주적 책임성을 가지고 국민의 봉사자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구성 자체에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검찰과 모피아 출신이 우리 사회에서 우수한 능력을 지닌 엘리트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공과는 있지만, 검찰은 사회 비리를 척결하고 법치주의를 확립함으로써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역할을 해왔고, 모피아는 한국의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기술 혁신에 따라 경제·사회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디지털 대전환이 사회 곳곳에 엄청난 소용돌이를 치고 있는 지금 특정 집단 출신 중심의 정부 관료보다는 다양한 전문가가 유기적으로 머리를 맞대어 해결책을 고민하는 조직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봐야 한다.
사실 어떤 정부든 대통령의 인사원칙은 신뢰와 능력이다. 즉, 대통령은 자기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면서 능력 있는 사람을 중용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신뢰나 인연을 과도하게 강조하다 보면 정말 필요한 능력 있는 인재를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부관료제 전체적으로도 국민적 이익을 대변하는 민주적 책임성을 구현하기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